
무협/대하 활극
장부혈문(帳簿血門)
작가 고래별
줄거리
스승이 남긴 장부 1권 때문에 말단 제자 윤서림은 강호 문파들의 숨은 돈줄과 피 묻은 약속 사이로 밀려난다. 객잔, 창고, 회합장을 오가며 그녀는 복수의 칼끝과 개혁의 계산대 사이에서 자신이 믿을 사람을 골라야 한다.
미리보기
스승의 방 문짝은 안에서 부서져 있었다. 자, 이 꼴을 보시라. 강호의 이름난 칼잡이들이 평생 베어 낸 문짝보다 회계방 말단 제자 윤서림이 그날 어깨로 받은 문짝이 더 크게 울었으니, 죽은 스승도 저승 문턱에서 그 소리를 듣고 혀를 찼을 것이다. 방 안에는 된장처럼 눅진한 약재 냄새와 쇠 맛 나는 피비린내가 한 솥에 끓고 있었고, 스승의 몸은 이불 밑으로 반쯤 밀려 들어간 채 손가락만 밖으로 나와 있었다.
벼루는 막 갈아 놓은 듯 젖어 있었으나 스승의 소매에는 먹 얼룩이 없었다. 문틀에는 붉은 인장 가루가 먼지처럼 묻어 있었는데, 얼핏 보기에 적월문 쪽 봉랍 가루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을 뿐, 그걸 확정해 말할 만큼 서림의 혀가 어리석지는 않았다. 한여강은 문가에 서서 숨을 얇게 삼켰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대신 스승의 손톱 밑, 벼루 가장자리, 책상 아래 빈 자리까지 항목 세듯 훑었다. 서림은 그 눈빛 하나 때문에라도 마음속 장부의 한 칸을 조용히 여강에게 열어 두었다.
등장인물

윤서림
주인공
칼솜씨는 변변치 않지만 숫자 냄새만은 귀신같이 맡는 청하문 말단 제자. 스승이 남긴 장부 1권이 그녀를 강호의 가장 더러운 회합장 한복판에 세운다.

마도겸
의문의 인물
문파의 체면과 생존을 같은 말처럼 쓰는 청하문 집법장. 그는 강호가 깨끗해지면 먼저 굶어 죽는 것은 약한 제자들이라고 믿는다.

한여강
핵심 인물
스승의 죽음을 누구보다 차갑게 의심하는 회계관 사매. 그녀는 울기 전에 계산하고, 믿기 전에 원본을 요구한다.

탁기산
핵심 인물
강호의 큰 뜻보다 오늘 저녁 국밥값을 먼저 따지는 떠돌이 표사. 그러나 그가 아는 길과 사람값은 어느 비급보다 정확하다.

유찬명
핵심 인물
부상당한 몸으로도 복수의 말을 가장 크게 외치는 사형. 그의 분노는 뜨겁고, 그 뜨거움은 주변 사람을 자주 태운다.

남궁연후
핵심 인물
청하문의 적으로 배운 적월문 후계자. 그는 가장 미워해야 할 사람들에게서 자기 문파를 살릴 진실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