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타지
흰 재의 품
작가 네온
줄거리
폐허가 된 성소 근처에서 발견한 아이를 데려온 뒤, 은조의 작은 집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들이 자라난다. 마을을 덮치는 재앙과 아이를 찾는 사제단 사이에서, 은조는 무엇을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지 선택해야 한다.
미리보기
백재가 목 안쪽으로 들어와 모래처럼 긁었다. 20시 20분, 성소 앞 돌계단에는 울음이 없고, 아이의 작은 가슴에서 금빛 종소리만 새고 있었다. 은조는 장례 수레의 손잡이를 놓지 못한 채 허리를 굽혔다. 손등에 닿은 눈은 차갑지 않았다. 재였다. 젖은 재가 피부에 붙어 늦게 식었다.
아이의 몸은 포대에 싸여 있었다. 포대 끝에는 마른 피가 손톱만큼 굳어 있었고, 그 아래로 드러난 손가락은 너무 작아 은조의 손마디 하나에도 가려졌다. 성소의 문은 안쪽에서 무너져 있었고, 종탑은 바람을 맞을 때마다 쇠가 갈리는 소리를 냈다. 아이가 눈을 떴다. 검은 눈 안쪽에서 새벽빛이 한번 흔들렸다. 은조는 죽은 사람의 체온을 재듯 아이의 목덜미에 손을 댔다.
등장인물

서은조
주인공
죽은 이들의 이름을 조용히 정리하며 살아온 은조는, 성소 앞에 버려진 아이의 빛나는 숨을 집으로 데려온다.

이안
핵심 인물
말보다 빛으로 먼저 반응하는 아이. 그의 작은 기적은 따뜻하지만, 가까운 사람의 기억을 조용히 건드린다.

마이르
의문의 인물
무너진 성소의 질서를 되찾으려는 감찰관. 그는 아이의 현재보다 마을 전체의 7일 뒤를 먼저 본다.

윤수하
핵심 인물
은조의 오래된 친구이자 마을의 치유사. 그는 아이를 숨기는 침묵과 기록해야 하는 징후 사이에 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