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술적 리얼리즘 가족 드라마
사라진 해의 장부
작가 네온
줄거리
고향을 떠난 지 오래인 윤해원은 종가 저택 청연당을 상속받기 위해 돌아오고, 닫혀 있던 방들이 밤마다 다른 자리에 놓이기 시작한다. 방마다 남겨진 물건과 증언은 가족이 숨겨 온 시간을 가리키고, 해원은 누구의 잃어버린 1년을 되돌릴지 결정해야 한다.
미리보기
훗날 대청마루의 검은 물 밑에서 어머니의 필체와 닮은 문장을 보게 될 때, 윤해원은 2026년 8월 29일 밤 청연당으로 돌아온 첫 순간을, 비가 기와의 이빨 사이에서 쌀 씻는 소리로 부서지고 젖은 흙 냄새가 차 안의 가죽 시트까지 밀고 들어오던 그 저녁을, 상속 절차 7일 안에 끝낼 수 있는 업무라고 믿었던 자기 손등의 차가움을 함께 기억하게 된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구두 뒤축에 엉겨 붙은 진흙을 보았고, 현관 위 처마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손목 안쪽의 잉크 자국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닦지 않았다. 서울에서 가져온 매각 감정서에는 18억 5000만 원이라는 숫자가 단정했으나, 청연당의 문들은 예전처럼 낮고 검었고, 잠긴 방들 안쪽에서는 식은 밥과 젖은 향과 오래 덮어 둔 놋쇠 냄새가 차례로 새어 나왔다.
등장인물

윤해원
주인공
윤해원은 팔아버리려 했던 종가 저택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닫혀 있던 방을 발견한다. 그녀가 열쇠를 돌릴 때마다 가족이 묻어 둔 시간이 한 사람의 숨처럼 되살아난다.

윤성무
의문의 인물
윤성무는 청연당을 누구보다 잘 아는 작은아버지이자, 집안이 무너지는 동안 끝까지 제사를 지킨 사람이다. 그는 해원에게 친절하지만 모든 친절에는 보관료가 붙어 있다.

도이재
핵심 인물
도이재는 청연당의 훼손 문서를 복원하러 온 외부인이지만, 집은 그를 낯선 사람처럼 대하지 않는다. 그는 해원이 버리려는 기록 속에서 아직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다.

강명자
핵심 인물
강명자는 해원이 어릴 때 청연당의 모든 문을 잠그던 사람이다. 그녀는 침묵으로 살아남았지만, 이제 집은 그녀가 삼킨 이름들을 하나씩 되돌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