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릴러
백지의 상주
작가 네온
줄거리
자신의 장례식장에 몰래 숨어든 여자가 조문객들의 말과 물건 속에서 완벽했던 결혼의 균열을 듣기 시작한다. 그녀는 죽은 사람으로 남아 진실을 캐낼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더 위험한 무대 위로 올라설지 선택해야 한다.
미리보기
윤하는 흰 국화 한 송이가 자신의 구두 앞에 굴러오는 걸 보고 숨을 멈췄다. 꽃대 끝의 물기가 바닥을 긁었고, 그녀는 그 얇은 소리를 빈소 전체가 들은 것처럼 어깨를 벽에 붙였다. 4번 CCTV가 닿지 않는 2.4m의 어둠. 참 친절한 숫자였다. 죽은 여자에게도 숨을 곳은 규격대로 주어졌다.
어둠 밖에서 태오가 고개를 숙였다. 조문객의 손을 잡는 각도, 목소리의 낮이, 휴지 한 장을 건네는 타이밍까지 맞아떨어졌다. 남편은 아내를 잃은 사람이 아니라, 아내를 잃은 사람처럼 보이는 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윤하는 꽃을 밟지 않으려 발끝을 들었고, 국화는 그녀의 구두코 아래서 한 번 더 굴렀다.
등장인물

서윤하
주인공
윤하는 자신의 장례식에서 가장 조용한 조문객이 된다. 죽은 사람으로 숨어 있는 동안, 그녀는 살아 있을 때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진심을 듣는다.

강태오
의문의 인물
태오는 누구보다 품위 있게 아내를 애도한다. 그러나 그의 슬픔은 너무 정확하고, 그의 배려는 늘 누군가의 입을 막는 방향으로 흐른다.

서다인
핵심 인물
다인은 언니의 장례식에서 혼자 울지 않는다. 그녀는 조문객의 말끝, 봉투의 접힌 선, 상주의 손짓을 기사처럼 읽기 시작한다.

백미진
핵심 인물
미진은 장례의 모든 예법을 안다. 그래서 그녀가 슬픔을 정돈할 때마다, 윤하의 죽음도 누군가가 미리 적어둔 절차처럼 보인다.
